AI는 조직을 작게 만들지만, 성장하는 기업은 결국 동료를 필요로 한다_스타트업 C_Level전문 김동욱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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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스타트업의 창업 공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운영 인력 등 여러 직군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코딩, 디자인,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콘텐츠 제작과 반복적인 운영 업무를 지원하면서 이제는 한두 명의 창업자도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검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됩니다. 16만 건 이상의 Product Hunt 출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 이후 1인 창업자의 시장 진입은 크게 늘었습니다. AI가 창업 비용과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더 많은 개인이 혼자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상위 성과를 기록한 기업에서는 여전히 팀 기반 창업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AI는 혼자 시작할 가능성을 높였지만, 뛰어난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팀의 강점이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초소형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AI 스타트업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비교적 작은 조직으로 대규모언어모델을 개발하며 2026년 5월 2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 회사는 서울대학교, KAIST, 모레 등과 함께 3,000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추론형 LLM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규모보다 기술력과 실행력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달파도 설립 초기 누적 13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달파의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은 수작업 시간을 70% 이상 줄이고 외주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 이후 달파가 선택한 전략입니다. AI가 업무를 줄여줬지만, 회사는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오히려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AI 기반 IT 자동화 기업 서벌은 30명 미만의 조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2025년 말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아 유니콘이 됐습니다. 이 회사의 AI는 IT 지원 요청의 절반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었지만, 기업가치가 커진 뒤에는 조직을 1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적은 인원으로 초기 성장을 만들고, 이후 시장 확장을 위해 필요한 인재를 다시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콘덕터AI도 약 15명의 조직으로 미국 국방 관련 기관에 규제·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며 약 1,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AI를 활용해 고객의 문서 검토 업무를 절반가량 줄였지만, 규제가 강한 금융과 헬스케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엔지니어 채용과 서비스 확장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AI는 기업이 적은 인원으로 시작하고,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더 적은 자금으로 시장을 검증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 성장의 모든 단계에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업 초기에는 대표와 소수의 인원이 제품과 고객에 집중하면 됩니다. 회의와 보고체계가 적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고정비 부담도 낮습니다. AI는 개발, 자료 조사, 마케팅 콘텐츠, 데이터 분석, 고객지원 등 여러 업무를 보조하면서 조직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하지만 고객과 매출이 늘어나면 기업이 다뤄야 할 문제는 달라집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서비스의 안정성과 보안을 관리하고, 고객과의 계약을 검토하며, 매출과 원가를 통제해야 합니다. 조직이 커지면 인사, 평가, 보상, 권한과 책임을 설계해야 하고, 외부 투자를 받으면 주주관리와 이사회 운영도 필요해집니다.

특히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초기에 통했던 ‘대표 중심의 운영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생깁니다.

상장은 매출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회계기준을 정비하고, 외부감사에 대응하며, 내부통제와 공시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투자자에게 회사의 성장성과 위험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법률·세무·재무·보안 리스크를 조직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프랑스 AI 기업 라이트온은 약 40명 규모의 조직으로 2024년 유로넥스트 그로스 파리에 상장했습니다. 비교적 작은 조직으로도 상장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러나 상장 이후에는 재무보고, 공시, 투자자 관계, 내부통제와 같은 상장사 수준의 관리체계가 필요합니다. 조직이 작을 수는 있어도 책임의 범위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의 초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업무를 대신할 직원이 아닙니다. 각 영역의 판단과 책임을 함께 나눌 동료입니다.

재무전략과 자금조달, 투자자 대응, 상장을 책임질 CFO가 필요합니다. 사업이 커질수록 운영과 공급망, 조직체계를 설계할 COO가 필요합니다. 기술의 안정성과 보안, 개발 방향을 책임질 CTO와 CISO가 필요하고, 시장을 확장할 영업과 사업개발 리더도 필요합니다.

AI 시대의 채용은 과거와 달라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을 먼저 채용한 뒤 역할을 나누는 방식보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의사결정과 책임의 영역을 기준으로 핵심인재를 선별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인원수보다 한 명이 만들어내는 가치와 영향력이 훨씬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초소형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채용은 줄이고, 정말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합류시키는 데 있습니다. 창업자가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것은 초기에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대표가 회사 성장의 가장 큰 병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채용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자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 회사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는 조직으로 발전하게 하며, 더 큰 고객과 투자자,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AI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기업은 여전히 여러 관점과 경험, 판단이 결합될 때 만들어집니다. 앞으로의 스타트업은 과거보다 훨씬 작은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직을 구성하는 핵심인재의 역량과 책임은 오히려 더 커질 것입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사람이 없는 기업이 아닙니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에는 가장 뛰어난 동료를 배치하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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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