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경쟁, 이제는 기술보다 ‘사람을 투입하는 속도’의 싸움_벤처피플 김동욱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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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첨단산업 경쟁, 이제는 기술보다 ‘사람을 투입하는 속도’의 싸움이다

일본이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근로시간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특별한 상황에서 월 100시간 미만의 초과근무를 허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방향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특례 논의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일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더 오래 일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논리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헤드헌팅 현장에서 보면 지금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의 핵심은 노동시간 그 자체보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확보하고 투입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하나 건설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설계, 공정, 장비, 전기, 기계, 클린룸, 자동화, 품질, 안전, 구매, SCM 등 수많은 전문가가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투입됩니다.

AI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력 인프라, 냉각, 네트워크, 서버, 보안, 건축, 운영까지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프로젝트 단계별로 정확한 시점에 들어와야 합니다.

일정이 한두 달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사업 전략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첨단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시간을 더 일하느냐가 아닙니다.

"사람을 필요한 곳에 얼마나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2. 글로벌 프로젝트 채용에서는 이미 국경의 의미가 없다. 

최근 헤드헌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한 국가 안에서만 인재를 찾는 방식은 점점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의 엔지니어를 찾고, 일본 기업이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전문가를 찾으며, 동남아 생산거점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제조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AI, 로봇, 전력, 의료기기 등 전문성이 높은 산업에서는 특정 기술 경험을 가진 인재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채용시장에서는 정규직 채용뿐 아니라 프로젝트형 전문가, 기술고문, 계약직, 해외 현지 전문가 등 인재 활용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인재 전략 자체가 점점 글로벌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3. 문제는 ‘근로시간’보다 ‘인재 공급 속도’일 수도 있다. 

첨단산업 기업들이 실제로 더 어려워하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사람이 없습니다."

AI 엔지니어, 반도체 공정 전문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전문가, 로봇 엔지니어, 사이버보안 전문가처럼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직군은 단기간에 교육해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경험이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경험은 단순한 교육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사람이 다음 프로젝트에서 훨씬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국가 간 첨단산업 경쟁은 시설투자 경쟁이면서 동시에 경험 많은 사람을 확보하는 경쟁입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동 국가들이 첨단산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국내 인력시장만 바라봐서는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4. 그렇다면 기업의 채용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사업계획을 먼저 만들고 조직도를 그린 뒤 인원을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첨단산업에서는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인재를 먼저 확보하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해당 산업에서 이미 프로젝트를 경험한 리더입니다.

반도체라면 공정·장비·생산 전문가,
AI라면 AI 연구·개발 리더,
데이터센터라면 전력·냉각·건설 전문가,
해외사업이라면 해당 국가의 시장과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사업개발 리더입니다.

이 한 명이 들어오는 순간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 네트워크, 고객과 인재 풀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첨단산업의 헤드헌팅은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채용과 성격이 다릅니다.

기업의 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채용에 가깝습니다.

 

 

5. 근로시간 유연화만으로는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의 근로시간 정책 변화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기술력이 생기거나 산업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면 핵심인재의 이탈과 생산성 저하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진짜 경쟁력은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전문가를 빠르게 채용하고,
해외 인재를 활용하고,
프로젝트에 맞게 인력을 이동시키며,
AI와 자동화를 통해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체계를 갖추는 데 있습니다.

결국 근로시간의 유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 활용의 유연성입니다.

 

 

6. 앞으로 기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유했는가’보다 ‘누구를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을 것이다

AI 시대에는 조직의 크기가 경쟁력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초소형 스타트업 사례에서도 확인했듯 AI를 활용하면 적은 인원으로도 상당한 생산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AI는 조직을 작게 만들지만, 성장하는 기업은 결국 동료를 필요로 한다)

반면 첨단산업 프로젝트에서는 특정 경험을 가진 전문가 한 명의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의 인재 경쟁력은 직원 수보다 다른 기준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 필요할 때 그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가.

- 그리고 그 인재를 얼마나 빨리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은 기술과 자본의 싸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AI·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 등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가장 필요한 순간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

앞으로 이것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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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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